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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문화 전도사’ 권오춘 전통문화연구회 부이사장...“우리 문화 가치 알고 한국인 정체성 찾는 게 우선”
  • 이창준 기자
  • 등록 2026-02-09 13:39:07
  • 수정 2026-02-09 14: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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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복·한옥·한학에 빠진 30년...먼동 트기 직전인 K-문화, 자랑스러워해도 돼
  • 고전 이해하고 法古創新하면...오늘날 복잡한 문제 해결 실마리 찾을 수 있어
  • 급속도로 가는 데 따른 AI 그림자...겸손 등 우리 인문정신으로 극복 가능

한복을 입고 한옥에서 살며 30년을 동양 고전 연구와 우리 고유 전통문화 전파에 힘쓰고 있는 안동 선비가 있다. 그 주인공은 권오춘(75) 전통문화연구회 부이사장이다.

권 부이사장은 잘나가던 증권회사를 45세에 관뒀다. 경북 안동과 경기 양평의 한적한 곳에 한옥을 각각 한 채씩 마련했다. 그리고 서울과 안동을 오가며 한학과 우리 문화 공부에 몰두해왔다. 

반창고뉴스는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떨어진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퇴계학연구원에서 그를 만났다.

 

권오춘 전통문화연구회 부이장이 반창고뉴스와 인터뷰 중 활짝 웃고 있다.

권 부이사장은 안동시 남후면 검암리에서 태어났다. 한글보다 한문를 미리 배웠다. 서당에서 천자문과 동몽선습을 배운 뒤 명심보감을 공부하다가 국민(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학교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느라 한문은 잊고 있었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항상 고전공부에 대한 미련이 있었다.

잘나가던 증권회사 지점장 재직시 사표를 던졌다. 고생 끝에 돈을 벌었다. 돈을 더 벌게되면 술 먹고 딴짓할 것 같아서다. 

고전 공부를 하기로 작정하고 나서 곧바로 성백효 교수를 찾아갔다. 해동경사연구소를 만들고 한학 공부에 빠졌다. 30년이 흘렀다.

운도 따랐다. 성백효 교수를 쫓아 고전을 공부한 것과, 조순 부총리 모시면서 한학계에 허명(虛名)도 얻었다.

 

권 부이사장은 근대화 산업화 과정에서 서구의 물질문화를 쫓으면서 ‘우리 것’은 무시하고 외면해 왔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서구를 두루 다녀보니 조상들이 만들어 놓은 ‘우리 것’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복 애호가다. 양복은 허리 가슴 등을 자로 재서 딱 맞게 맞춰 입지만 2~3년 삼겹살 먹고 똥배 나오면 못 입는다고 했다.

한복은 어떤가. 조금 헐렁해도 홀쳐 입으면 되고 너무 멋지다. 불편하면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입었겠나.

이제부터 대통령이 해외 방문 시 한복을 입고 나가면 한민족의 국격을 올리는 것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한옥 사랑도 대단하다경기도 양평과 안동에 큼지막한 기와 한옥을 마련했다. 자연을 벗 삼아 조상들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다. 한옥은 비움 문화의 정수라고 강조했다.

사랑방은 선비 상(床)을 갖다 놓으면 공부방이 되고, 요를 깔면 침실이 되고, 요강을 놓으면 화장실이 되는 전천후 남성 전용공간이다.

목재와 돌, 황토로 지어 건강에 이롭다. 실내의 습도와 온도 등을 조절해 주어 쾌적한 주거 환경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권 부이사장은 우리 춤에도 조예가 깊다. 고전 공부를 하려면 예와 악을 알아야 한다.

선비춤(한량무)이라고 하는데 처음 배울 때 몹시 힘들었다. 춤엔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겪는 희노애락이 담겼다.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했다. 지금은 춤 속에 우리 문화의 진수를 어떻게 녹여서 전수 할지 고민 중이다.

 권오춘 부이사장이 퇴계학연구원 사무실에 걸려있는 주자(朱子)의 시 관서유감(觀西有感)을 해설하고 있다.동양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수천 년의 '삶의 지혜'를 빌려 오늘날의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무의식중에 사용하는 언어, 예절, 관습의 뿌리는 대부분 동양 고전에 있다.

효(孝), 충(忠), 인(仁) 등의 개념을 이해하면 사회의 작동 원리와 한국인의 정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또 동양의 '상생'과 '조화' 정신은 이 시대의 새로운 대안이 되어줄 것으로 확신했다.

 

한자 공부 방법에 대해선, 영어 단어 외우듯 하니까 어려운데 한자 부수를 철저하게 가르치면 그렇게 어렵지 않다. 아이들에게 한글과 한문을 동시에 가르치면 어학 실력이 늘어나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

권 이사장은 과거 국·한문 혼용 교육에서 현재 한글 전용 교육 제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전통문화연구회에서 헌법 소원을 냈다. “대한민국 헌법 제9조에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헌법정신을 주장했다. 조선조 실록이나 조상의 문집과 비석이 전부 한문인데 안 가르치면 어떻게 되겠냐며 “한문도 좀 가르치자”고 목청을 높였다.

 

우리 문화를 지키고 가꾸기 위해서 “법고창신(法古創新)”을 강조했다.

현재 한국의 국력은 세계 10위권이다. GDP는 3.3만불을 넘어 5만불 시대로 향하고 있다. 천조국인 미국 조야에서 주요 7개국 협의체인 G7에 한국 추가 가입 논의가 확산 중이다.

우리 문화는 깜깜한 새벽에서 먼동이 트기 직전이라며 이제 K-문화를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자신했다. 

우리 문화가 절대적으로 좋다는 게 아니라 좋은 점은 알리고 불편한 점은 고치면 된다. 즉 법고창신(法古創新 : 옛것을 본받아 새롭게 창조)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문화가 가진 장점을 놓치고 있었다. 저도 우리 것이 왜 좋은지 찾으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장점이 눈에 들어오더라. 

또 우리 사상 체계가 유교, 불교, 도교(유불선) 섞여 있어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좋은 풍토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외국 문화를 배우는 것도 좋지만 먼저 우리 전통문화의 가치를 알고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후배들에게 인생 조언을 부탁하자, “선택과 집중”을 당부했다.

논어에 “지지자(知之者) 불여호지자(不如好之者), 호지자(好之者) 불여낙지자(不如樂之者)”라고 공자가 말씀하셨다. 이 말은 ‘아는 사람(知之者)은 좋아하는 사람(好之者)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樂之者)만 못하다’는 뜻이다.

내가 아는 것에 만족해서 안 되고 그것을 좋아해야 된다. 나아가 좋아하는 데 머물지 말고 그걸 즐기면 경지에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도 즐기다 보니 현재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AI 시대에 마음가짐에 대해선 “겸손”을 강조했다.

AI는 그야말로 영국의 산업혁명의 수백 배 되는 변화를 우리들에게 줄 것이다.

기계가 대체하는 시대가 엄청 빠르게 올 것이다. AI 시대를 대비하는데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제일 좋은 위치에 있다고 확신한다.

IT쪽에서 우리가 가장 강한 민족으로 훈련이 돼 있다. 다만 급속도로 가는 데 따른 그림자나 허한 것은 예의, 염치, 겸손 등 우리 고유 인문정신을 통해서 극복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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